3월 31일 10시, 금융위원회는 업무보고에서 금산분리[각주:1] 완화를 골자로 하는 내용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하였다.[각주:2] (전문은 이곳에서 볼 수 있다. 금산분리 관련 내용은 14p) 이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은 "(금융감독 정책의) 점진적 변화는 있을 수 없다고 본다...변화는 할 수 있을 때 해야지..."[각주:3]라고 화답하였는데 이것은 이 대통령의 평소 신념인 시장주의를 철저하게 관철시킨 발언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러면 여기서 질문 하나를 아니 던져 볼 수 없다. 이들이 주장하는 대로 금산분리는 재벌규제의 전봇대이자 사라져야 할 악법인 것인가?

금산분리 완화의 가장 큰 논란의 핵이 바로 삼성 그룹이다. 물론 이 대통령께서는 "금융기관 민영화가 특정 재벌에 금융회사를 소유하게 허용하는 식으로 이해되는 것과 관련해서도 이를 지나치게 의식하지 말라고"[각주:4] 하셨다지만 실제로 최대의 수혜자가 삼성인 이상 삼성을 배제하고 이야기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삼성은 현재 상호지분과 비상장주식회사 등을 이용한 복잡한 지분관계[각주:5]를 보여주고 있는데 이는 이건희 회장 일가가 최소한의 자본으로 전 삼성 그룹을 지배하기 위한 목적으로 고안된 것이다. LG나 SK 등 다른 재벌그룹들은 여러 진통을 겪으면서도 (SK의 소버린 사태 등) 재빨리 지주회사로 전환한 것에 비해 삼성은 지분확보에 지나친 자금이 든다는 등의 이유로 이리저리 지주회사 설립을 피해오는 모습을 보였다.[각주:6] 권오승 전 공정거래위원장이 나서서 "삼성그룹이 지배구조를 바꾸는 모범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각주:7]고까지 언급했으나 삼성은 계속 버텼다. 무엇을 믿고 그랬나. 처음 뉴스를 보고 이런 의문을 품었었는데 그 의문은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쉽게 풀렸다. 새 정부에서 한 칼에 그를 쳐버린 것이다.[각주:8] (임기가 1년이나 남은 상태에서의 조기퇴진이다.) 그리고는 "오랜 시절 이 대통령 경제자문을 해온 측근 중 한 명"[각주:9]을 그 자리에 앉혔다. 얼핏 들으면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그들의 논리가 맞는 것 같지만 임기가 1년이나 남았는데 친다는 것은 뭔가 냄새를 피운다.

지주회사로 전환하지 않으면 출자총액제한제에 걸려 의결권을 제한 당하거나 그 후에도 계속 버틸시 주식을 강제매각 당할 수 있으니 여기에 해당되는 대기업[각주:10] 입장에서는 여간 곤란한 것이 아니다. 특히 삼성의 경우 금융(삼성생명 등)과 산업(삼성전자 등) 중에 하나를 포기해야 하니 더욱 그러한 것이다. 삼성이 둘 중 하나를 포기하겠다면야 이야기야 빨라지겠지만[각주:11], (아니면 개인자금으로 삼성전자 주식을 사서 지배주주가 되던지) 삼성이 (더 정확히는 이건희, 이재용 부자가) 그것을 감내하겠는가?

결론적으로 금산분리 완화는 삼성생명의 상장 이 후에도 삼성전자 주식을 매도하지 않아도 되게 허용함으로써 삼성에는 큰 이득이 되는 정책이라 할 수 있겠다.

금산분리 완화에 있어서 또 하나의 쟁점은 금산분리 완화의 필요성 자체에 관해서이다. 아이러니 하지만 우리가 그토록 추종하는 소위 선진국 중에서도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결합을 허용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일본이 유일한 예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이다) 미국의 경우 1933년 글래스-스티걸 법, 1956년 은행지주회사법을 제정해 금산분리의 원칙을 철저하게 지키고 있다.[각주:12] 또 다른 많은 나라들도 산업자본이 금융자본을 소유, 지배할 경우의 폐해[각주:13]를 잘 알고 있기에 이를 규제한다.

이런 실정 아래에서 우리나라가 급하게 올해 하반기부터 금산분리 완화 허용을 해야 할 당위성 자체가 의문시 된다. 게다가 요즘 삼성의 차명계좌와 비자금 문제로 많이 시끄러운데 삼성에 은행까지 쥐어준다면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각주:14]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1. 우리나라에서는 은행 외 금융회사(증권,보험회사 등)는 산업자본의 소유가 허용되므로 정확히는 은산분리라고 불러야 함이 옳으나 여기서는 세간에 알려진 금산분리라는 표현을 그대로 쓰기로 한다. [본문으로]
  2. 이르면 하반기 '금산분리 완화' 2008.3.31 매일경제 [본문으로]
  3. 李대통령 "금융감독 점진적 변화는 안돼..빨리 해야" 2008.3.31 매일경제 [본문으로]
  4. 위 기사 [본문으로]
  5. "이래도 삼성에게 은행을 안겨줄 참인가." 이정환닷컴 [본문으로]
  6. 그 이유는 이 기사를 보면 이해가 될 듯하다. [본문으로]
  7. 權공정위장 "삼성 지배구조 모범 보여달라" 2007.5.18 매일경제 [본문으로]
  8. 떠나는 권오승, 새 정부에 쓴소리 2008.3.6 매일경제 [본문으로]
  9. 금융위원장에 전광우, 공정위원장에 백용호 2008.3.6 [본문으로]
  10. 자산총액 10조 이상 [본문으로]
  11. "이건희, 전자와 생명 둘 중 하나 포기해야." 이정환닷컴 [본문으로]
  12. 이병윤 (2006), 금산분리 관련 제도의 현황과 논점 pp. 12-15 (금산분리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다면 일독을 권한다.) [본문으로]
  13. "모니터링 대상(기업)이 모니터링 주체(금융회사)를 지배함에 따라 금융회사의  기업규율  기능이  약화되고,  산업과  금융의  동반  부실화에  따른 금융시스템의 불안정성 증대,  공정경쟁 저해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 위 논문 pp.2 [본문으로]
  14. 이 문제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다룬 글로는 이정환 기자님의 "이래도 삼성에게 은행을 안겨줄 참인가."를 추천한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