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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아인(亜人, 2016)

일각여삼추 2016. 2. 25. 14:04

제작 : 폴리곤 픽쳐스

감독 : 세시타 히로유키(총감독), 안도 히로아키

장르 : SF

방영 : 2016년 1월

진행 : 6화/12화 예정


아인(亜人)이란 인간의 아종(亞種)이 발견된 것은 1990년대 소말리아였다. 현지에서 ‘신의 병사’로 불리던 개체를 미군이 나포함으로써 아인의 존재가 처음으로 세계에 알려졌다. 인간과 똑같이 생겼지만 아인에게는 ‘죽음’이 불가능하다. 칼로 베어도 총에 맞아도 아인은 평범한 인간이라면 죽을 그 순간에 모든 상처를 치유하며 부활한다.


의사를 목표로 하는 고등학생 나가이 케이는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합리성의 괴물이 되어야 한다고 여긴다. “필요한 것만 하고, 필요한 것만 선택하고, 필요 없는 것은 잘라 버린다.” 범죄자 자식인 친구 카이토와는 관계를 정리하고 죽어버린 개에서는 정을 뗀다. 하지만 감정을 지닌 보통 사람들에게 그런 지나친 합리성 추구는 경원시될 뿐이다.


평소와 같이 학교를 마친 나가이는 아픈 동생의 병문안을 갔다 오던 길에 과속한 트럭에 깔려 죽는다. 아니, 정확히는 사망에 이르는 상처를 입는다. 그러나 뜻밖에 멀쩡하게 일어나는 나가이를 보고 주변 사람들은 외친다. 아인이 나타났다, 고.


현상금에 눈이 먼 사냥꾼들과 귀한 아인 샘플을 확보하려는 정부관계자들이 동시에 움직이고, 나가이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깊이 생각할 겨를도 없이 쫓기는 몸이 된다. 필요에 의해 절교했던 카이토에게 연락해 교통수단을 손을 넣은 나가이는 고민하다 일본 내 다른 아인 집단인 사토와 타나카 코지한테 접촉하지만, 곧 버림받고 무력하게 정부 측에 붙잡힌다.


그 후 실험을 가장한 고문에 시달리던 나가이를 사토가 다시 구출하지만 탈출 과정의 의견 차이에 의해 둘은 적대 관계로 돌변한다. 이제 아인들과 정부, 어느 쪽에도 기댈 수 없는 나가이에게 남은 선택은……?


불사는 매혹적인 주제다. 일찍이 그리스 신화의 주인공 아킬레우스는 불사신으로 유명했고 처음으로 중국대륙을 통일한 진시황 또한 불로초를 찾아 엄청난 재물을 탕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모든 생명체의 종착점인 죽음에 대한 공포가 있었기에 이집트인은 죽은 이를 미라로 만들어 부활을 기원했고 인도인은 윤회란 개념을 창시해 그 공포를 잊으려 했다.


이런 초월적 공포를 자아내는 죽음을 극복한 존재가 아인인 것이다. 본디 이런 존재가 나타나면 초기 소말리아에서와 같이 신의 화신으로 추앙받는 게 일반적이다. 아인의 포효를 들은 인간들은 일시적으로 온몸이 마비된다는 설정도 D&D의 드래곤 피어를 연상시켜 아인이 인류보다 고등생물이란 추측을 뒷받침한다. 하지만 이미 신이 죽어버린 현대이기에 인간들은 그 몸에 손을 대 불사의 비밀을 파헤치는 데 거리낌이 없다.


여러모로 『기생수』와 「엘펜리트」를 떠오르게 하는 설정과 전개다. 아인들이 보이지 않는 ‘IBM’을 뽑아내 전투에 응용하는 모습은 자연스레 「엘펜리트」의 디클로니우스가 ‘벡터’란 보이지 않는 손으로 학살을 벌이는 장면과 겹쳐진다. 다른 점을 찾자면 「엘펜리트」의 주인공 코우타는 디클로니우스가 아니라 루시의 방관자 역할에 그친다. 그에 반해 『기생수』의 이즈미 신이치가 오른쪽이와 섞임으로써 인간이자 인간이 아닌 존재로 거듭났듯이 본작의 주인공 나가이 또한 갑작스런 사건으로 아인임이 밝혀지면서 비인간으로 취급받게 된다. 인간에서 비인간으로의 극적인 신분과 주위 인물의 태도 변화는 「디스트릭트 9」과도 유사한 측면이 있다. 여기서도 주인공이 사건에 휘말리기 때문에 시청자의 긴장감과 몰입감은 극대화된다.


결국 인간이란 무엇인가가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가 아닌가 한다. 인간답지 않았던 인간이었던 나가이는 비인간으로 취급당하며 오히려 잠재됐던 인간성에 눈을 뜨지만 그와 대적하는 후생노동부 소속 아인 담당관 토사키 마사루나 또 다른 아인인 사토에게는 인간으로서의 감정이 결여되어 있다. 인간이기에 인간인지 인간성을 지녀야 인간인지에 관한 이 의문은 SF에서 가끔 논란이 되는 강인공지능의 인권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기생수』의 뒤를 잇는 본격 SF라고 칭할만하다. 진지한 이야기와 치밀한 설정으로 SF팬을 만족시키기에 부족함이 없다. 아직까지 주인공 나가이의 활약이 두드러지지는 않으나 큰 이야기를 그린다는 측면에서 바라보면 틀을 잘 짜고 있다고 본다. 다만 「엘펜리트」의 폭력성이 거슬렸다면 시청에 주의하는 게 좋을 성싶다. 마지막으로 3D 애니메이션 전문 제작사 폴리곤 픽쳐스 작품이라 2D에 비해 움직임이 부자연스러울 때가 있어 일본 애니메이션을 많이 봐왔던 분이라면 이 부분에서 다소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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