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5단체가 106명의 경제인 대사면을 오늘 오후 건의할 예정이라고 한다.[각주:1] 여기에는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최태원 SK그룹 회장·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이 포함됐으며,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은 제외'[각주:2]하였다고 한다. 형이 확정된게 아니니 당연하다고는 하나 목록에도 없는 이건희 회장을 왜 굳이 언급하는지는 의문이다. 형이 확정되었으면 당연히 포함되었을 이름인데 안되어서 뺐다는 것인지 아니면 기자가 자의적으로 넣은 이름인지는 모르겠으나 이건희 회장의 이름값을 한번 더 느끼게 해준다.

출범 초기부터 엄정한 법집행을 공언해왔던 정부가 이번 건의에는 유연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까 기대가 크다. 그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어야 누구를 위한 정부인지 알기 쉬울 것이 아닌가?

이 뉴스를 보니 우리나라는 형법이 두 종류가 아닌가 의심된다. 하나는 '사기나 파렴치범'[각주:3]을 위한 형법이고 또 하나는 '경영일선에서 국가 경제발전에 크게 기여'[각주:4]해온 경제인들을 위한 형법이다.

경제단체가 '형이 확정된 경우를 따져 엄밀하게 선정'[각주:5]하는 것은 아무리 봐도 사법부에 대한 간섭이나 압박으로 밖에 보여지지 않는다. 죄질을 논하는 것은 사법부의 일이 아니었던가? 몽테스키외가 18세기에 삼권분립을 주창한 이후로 많은 나라들이 이에 따라 입법-사법-행정 삼권을 분립해 권력을 나누어 가지게 하고 권력의 집중으로 인한 폐해를 막도록 노력했다. 물론 실제로 그렇게 되었는지는 차치하고서라도 이론적으로는 그랬다는 말이다.[각주:6][각주:7]

사면과 동시에 복권도 요청하고 있는데 이는 현행 형법상으로 자격정지 이상의 형을 받은 자는 법인의 이사가 될 수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 물론 자격정지 받는다고 진짜로 뒷방으로 물러가는 회장님(?)은 잘 없는 듯 하지만 말이다. 또 자격정지는 '자격정지 선고를 받은 자가 피해자의 손해를 보상하고 자격정지 이상의 형을 받음이 없이 정지기간의 2분의 1이 지난 때에는 본인 또는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복권()을 선고할 수 있다'[각주:8]고 되어 있는데 이를 무시하고 일률적으로 사면,복권을 요청한다는 것은 '죄 있는 자 형벌을 받는다'는 형법의 기본정신을 훼손하는게 아닌지 싶다. 형법을 제정할 때부터 죄질에 따라 형량을 달리하였고 게다가 우리나라는 정서상(?) 기업가들에게 작량감경을 많이 해주는게 현실인데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아예 빼달라고 요청하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수가 아닐수 없다. 시대를 막론하고 기본을 중요시 하지 않는 사회는 모래성마냥 무너지기 마련인 것이다.

  1. 경제5단체, 경제인 106명 사면·복권 건의 2008.8.8 문화일보 [본문으로]
  2. 위 기사 [본문으로]
  3. 위 기사 [본문으로]
  4. 위 기사 [본문으로]
  5. 위 기사 [본문으로]
  6. 예전 박통 시절에 잘못된 판결(?)로 인해 옷을 벗은 법관들을 생각해보면 그렇지도 않지만 말이다. [본문으로]
  7. 그 때는 헌법 개정으로 법관을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되어있었다. 삼권분립은 당시의 우리나라엔 아직 요원한 일이었다. [본문으로]
  8. 자격정지, 네이버 백과사전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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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마법사의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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