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툴바

얼마 전 정부가 삼성전자, LG 등과 함께 컨소시엄을 이뤄 웹OS를 개발하기로 합의하였다는 기사가 났다. 아직 논의 중이지만 서버에 OS를 두고 모바일기기에서 접속하는 방식으로 구글 크롬OS나 HP의 webOS와 비슷한 방식이다.

얼핏 보면 취지는 좋아보인다. 구글이 모토롤라 휴대폰 부문을 인수함으로써 하드웨어를 통제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내보인 이상 삼성과 LG에서는 대응을 하는 것이 불가피할 것이고 독자 OS로 그것을 이루어 보겠다는 것은 어찌보면 정석에 가까운 행마일 것이다.

하지만 이를 정부 주도로 이루어 보겠다는 것은 모바일 OS와 소프트웨어 시장의 성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얕은 수읽기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무엇보다 소프트웨어를 컨소시엄을 이루어 개발하겠다는 것은 그야말로 탁상행정의 절정으로 현장의 목소리를 듣지 않았거나 못한 것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

"...true collaboration seems to be vanishingly rare in the arts. Design by committee is a synonym for bad design...good design requires a dictator."

from "Design and Research" by Paul Graham


소프트웨어는 필연적으로 소수의 뛰어난 전문가들이 만드는 것이지 양으로 질을 담보할 수 없다는 말이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말이 이보다 더 들어맞을 수가 없는 곳이 소프트웨어 개발이다. 리눅스와 안드로이드의 예를 보아도 여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오히려 컨소시엄이라는 개념 자체가 이명박 대통령의 전매특허인 건설분야에선 흔할지도 모르지만 소프트웨어에서는 듣도 보도 못한 희귀한 발상인 것이다.

결국 전시용 행정에 혈세를 낭비하게 될 것이 불보듯 뻔한 것인데, 삼성이나 LG라고 이를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각주:1] 모르긴 몰라도 정부 측의 강력한 의지가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더 안타까운 것은 OS를 우여곡절 끝에 만들어내도 iOS나 안드로이드에 비해 성능으로 우위를 점할 확률이 없는데다가 선점효과가 큰 시장의 특성상 점유율 확보는 절망적이라고 밖에 할 수 없는 점이다. 막강한 자금력을 가진 MS의 윈모가 얼마나 고전하고 있는지 보면 쉽게 그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 삼성이나 LG에서 MS보다 더 OS 개발능력이 있을리 만무한데도 불구하고 밀어붙이는 것을 보면 정부의 진정한 목적은 다른 곳에 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1. WIPI의 선례를 겪었던 두 업체로서는 감회가 새로울 것이다. [본문으로]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