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5단체가 106명의 경제인 대사면을 오늘 오후 건의할 예정이라고 한다.1 여기에는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최태원 SK그룹 회장·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이 포함됐으며,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은 제외'2하였다고 한다. 형이 확정된게 아니니 당연하다고는 하나 목록에도 없는 이건희 회장을 왜 굳이 언급하는지는 의문이다. 형이 확정되었으면 당연히 포함되었을 이름인데 안되어서 뺐다는 것인지 아니면 기자가 자의적으로 넣은 이름인지는 모르겠으나 이건희 회장의 이름값을 한번 더 느끼게 해준다.
출범 초기부터 엄정한 법집행을 공언해왔던 정부가 이번 건의에는 유연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까 기대가 크다. 그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어야 누구를 위한 정부인지 알기 쉬울 것이 아닌가?
이 뉴스를 보니 우리나라는 형법이 두 종류가 아닌가 의심된다. 하나는 '사기나 파렴치범'3을 위한 형법이고 또 하나는 '경영일선에서 국가 경제발전에 크게 기여'4해온 경제인들을 위한 형법이다.
경제단체가 '형이 확정된 경우를 따져 엄밀하게 선정'5하는 것은 아무리 봐도 사법부에 대한 간섭이나 압박으로 밖에 보여지지 않는다. 죄질을 논하는 것은 사법부의 일이 아니었던가? 몽테스키외가 18세기에 삼권분립을 주창한 이후로 많은 나라들이 이에 따라 입법-사법-행정 삼권을 분립해 권력을 나누어 가지게 하고 권력의 집중으로 인한 폐해를 막도록 노력했다. 물론 실제로 그렇게 되었는지는 차치하고서라도 이론적으로는 그랬다는 말이다.67
사면과 동시에 복권도 요청하고 있는데 이는 현행 형법상으로 자격정지 이상의 형을 받은 자는 법인의 이사가 될 수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 물론 자격정지 받는다고 진짜로 뒷방으로 물러가는 회장님(?)은 잘 없는 듯 하지만 말이다. 또 자격정지는 '자격정지 선고를 받은 자가 피해자의 손해를 보상하고 자격정지 이상의 형을 받음이 없이 정지기간의 2분의 1이 지난 때에는 본인 또는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복권(復權)을 선고할 수 있다'8고 되어 있는데 이를 무시하고 일률적으로 사면,복권을 요청한다는 것은 '죄 있는 자 형벌을 받는다'는 형법의 기본정신을 훼손하는게 아닌지 싶다. 형법을 제정할 때부터 죄질에 따라 형량을 달리하였고 게다가 우리나라는 정서상(?) 기업가들에게 작량감경을 많이 해주는게 현실인데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아예 빼달라고 요청하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수가 아닐수 없다. 시대를 막론하고 기본을 중요시 하지 않는 사회는 모래성마냥 무너지기 마련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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